믿음이란 무엇인가? (A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성경이 말하는 믿음은 인간 편에서, 인간이 가지는, 무한한 확신이나 긍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목사들이 마치 그것이 성경이 가르치는 믿음인 것처럼 설교를 하지만, 그것은 절대 성경이 말씀하시는 믿음이 아니다. 만약 그런 것이 성경이 가르치는 믿음이라면, 조엘 오스틴의 ‘긍정의 힘'(믿는 대로 된다)이나 론다 번의 책 ‘시크릿'(끌어당김의 법칙)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자신이 원하는 것, 가지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을 말하고, 그대로 될 것이라고 믿으면,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메시지가 성경이 계시하시고 말씀하시는 믿음이란 말인가?
더 나아가, 그런 비성경적인 믿음을 강조하면서 하나님의 창조과 전지, 전능을 강조한다. “당신이 믿는 하나님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신 분이시다! 당신이 믿는 하나님은 모든 것이 가능하신 전지 전능하신 하나님이시다!” 이런 가르침이 단편적으로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인간의 무한한 확신과 긍정을 강조하면서, 그런 확신과 긍정을 가질 수 있는 근거가 하나님의 창조와 하나님의 전지 전능에 있다고 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그저 인간이 가지는 담대한 확신과 긍정이 이루어지도록 도우시는 전능하신 신으로만 존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 마술 램프를 비벼서 불러내는 ‘지니’와 성경에 등장하는 하나님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그 분의 전능성을 강조하고, 그 분이 천지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이심을 강조하지만, 그것은 숨겨진 인간의 욕심과 욕망을 투영하여 성취되도록 돕는 신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 하나님은 그저 자신이 가지는 힘과 능력을 가지고 인간이 바라고 소망하고 확신하고 간절히 기도하는 소원의 리스트를 성취해 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마술 램프의 ‘지니’일 뿐이다.
성경이 말씀하시는 믿음은 그런 것이 아니다. 철저하게 믿음과 신뢰의 대상은 인간 자신이 아닌 하나님 그 분이시다. 또한 믿음의 내용은 자신의 소원과 소망, 욕망과 비전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지금은 성령님을 통해) 역사하시고 일하시고 계시는 하나님의 구원 행위이다. 그러므로 성경은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가진 인물들의 위대함에 방점을 찍지 않는다(설교자들은 자꾸 그곳에 방점을 찍지만, 그것은 성경을 잘못 읽어내는 것이다). 반대로 그들의 삶 가운데서 일하시고, 말씀하시고(약속하시고), 성취하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있다.
그렇다면, 믿음은 철저하게 관계에 근거하는 반응이며 동시에 관계를 통해 하나님을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믿음과 동의어는 ‘신뢰’이다. 신뢰는 하루 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관계와 시간과 과정을 통해 조금씩 만들어지는 것이고 쌓이는 것이다. 인간 편에서 하나님을 신뢰할 수 있는 이유는 인류를 창조하신 하나님이 그 오랜 시간과 역사를 거치면서 변함 없는 의지와 계획과 태도와 능력으로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일하셨고, 최종적으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을 성취하셨고, 이루어 가고 계시며, 최종적으로 완성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기록된 말씀, 곧 성경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성경을 통해 하나님이 변함 없이 일하시고 계시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성취하셨고, 지금도 성령님을 통해 이루어가고 계심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분을 신뢰할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다. 성경의 인물 아브라함이 그러했고, 이삭과 야곱, 요셉, 모세와 다윗도 그러했고, 열두 제자와 바울과 초대 교회 성도들도 그러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이루고 싶고, 가지고 싶은 것을 하나님께 투영하며 무한한 확신과 긍정의 마음을 가짐으로서 그것을 얻어낸 사람들이 아니라, 역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변함 없이 일하시는 하나님을 향한 신뢰와 확신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믿음은 인간이 가지는 무한한 긍정이나 담대한 확신이 아니다. 성경이 믿음을 강조하는 이유는 신앙생활의 핵심이 관계이고, 관계의 기초는 믿음/신뢰이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믿음은 ‘선물’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조직신학에서 구원의 여정을 설명하기 위한 방편으로 만든 이론이다. 믿음은 관계를 통해 하나님을 알아가는 과정을 전제로 한다. 이 세상의 어떤 인간도 단번에 창조주 하나님을 알 수 없으며, 믿을 수 없다. 그 분의 행하심을 보고 듣고 경험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믿음(신뢰)이 생기게 되고, 그 믿음 이 더 큰 믿음을 만들어 낸다. 그 과정 가운데 회심도 있고, 믿음의 성장도 있는 것이다. 믿음은 철저하게 관계 안에서 존재하고 자란다(그래서 구약성경은 그것을 언약 관계로 설명한다). 이것이 믿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