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syphus
최근에 개척 초기부터 잘 아는 어느 지인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목사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시고 출석교인 30명만 만들어 보세요! 그럼 그 다음부터는 어느 정도 알아서 굴러갈 것입니다!” 이 분이 어떤 마음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지 잘 알고 있다. 개척 초기부터 옆에서 쭉 지켜 보시면서 답답하고 안타까워서 하시는 말씀이다.
맞다! 한 30명쯤 모이면 헌금도 쫌 나오고, 예배 인원도 쫌 되고, 그래서 설교 할 맛도 나고, 교회가 뭐 좀 하자고 하면 어느 정도 사람도 있으니 굴러갈 수 있을 것이다. 개척한지 6년이 넘어감에도 불구하고 20명이 넘어가지 못하고, 넘어갈 것 같으면 다른 교회로 떠나거나 육지로 가버리고, 그러다가 사람들이 쫌 모인다 싶으면 영락 없이 떠나가고.
제주 출신이 회심해서 신앙을 갖는 것은 너무도 힘들고, 결국 육지에서 온 사람들 중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제주도에 정착함으로 교회 공동체가 어느 정도 모습이나 규모를 갖추어 가야하는데, 괜찮은 사람들은 대부분 큰 교회로 가버리고, 상처도 많고 삶 자체가 안정되지 못한 사람들은 이 교회 저 교회를 순방하듯 다니는 것이 제주도의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제주도 목회자들은 마음엔 기본적으로 떠남에 대한 아픔과 최선을 다해 섬기려고 하지만 나아지지 않는 현실의 벽들 앞에 낙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지프스가 산 꼭대기에 돌을 옮기는 일을 무한 반복하는 것처럼, 나아지지 않는 목회의 현실 속에서 주어진 일들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정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숫자적인 안정화가 우선일까? 나름 회심 목회를 지향하겠다고 다짐을 해 보지만, 눈 앞에 펼쳐지는 현실은 쉬운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좀 더디고 힘들고 지친다해도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정서적으로 관계적으로 건강한 목회를 하고 싶다. 인간적이고 종교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을 조정하고 통제하고 싶은 욕구가 내 안에 없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그렇게 해서라도 저 사람들을 붙잡고 싶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성취하고 싶다.
하지만 그것은 절대 건강한 목회일 수 없으며, 그런 방법으로 세워진 공동체도 건강할 수 없다. 차라리 망하더라도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다가 망하고 싶다. 언제부터 목회가 세상적으로 성공하고,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일이었나? 시지프스처럼 의미 없는 일을 매일 혹은 매 주마다 반복한다해도 그곳이 하나님이 부르신 자리라면 지속적으로 그 방향으로 순종하며 걸어가야 한다. 가다가 지칠수도 있고, 깊은 회의감이 찾아올수도 있지만 괜찮다. 그것이 사람이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세상이 온통 성과와 효율과 결과와 숫자로 판단하는 세상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눈에 보이는 것도 없고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면, 왜 실망감이 없겠는가? 왜 좌절하지 않겠는가? 그런 감정이 찾아오는 것이 정상이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말씀하신 음성을 따라 계속해서 그 길을 걸어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믿음의 싸움이다. 이 시대에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돈도 건물도 프로그램도 아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에 대한 신실하고 지속적인 믿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