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회 목장모임 “술 취해도 괜찮아!”
저희 교회는 금요일 저녁마다 가정교회 목장모임을 진행합니다. 오늘은 얼마 전 ‘풍성한 삶으로의 초대'(이하 풍삶초)를 통해 예수님을 영접하고 신앙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신 부부 가정에서 목장모임을 가졌습니다(그 분들의 가정이 이번 주 호스트host와 호스티스hostess였습니다). 근데 부인 되시는 자매님에게는 오래된 습관이 있습니다. 삶에 고통이 밀려 올 때마다 알콜에 의존하시는 것입니다. 오늘도 최근에 벌어진 일들로 인해 그동안 멀리했던 술을 다시 마시셨습니다. 이 사실을 확인하곤 목장모임을 그 분들의 가정에서 진행해야 하는지 고민되었습니다. 근데 다른 지체들의 적극적인 지지로 그런 상황과 상관 없이 그 분들의 가정에서 목장모임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집에 가니 호스티스로 섬겨야 하는 자매님은 낮부터 주무시고 계셨고, 호스트이신 형제님과 그 아들이 목장 식구들을 영접하셨습니다. 맛있는 저녁을 먹은 다음 한 주간의 삶을 나누려고 하는데, 갑자기 주무시던 자매님이 거실로 나오셨습니다. 눈은 풀려 있었고, 억양은 정확하지 않으셨습니다. 누가 봐도 아직 술에서 완전히 깨어나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자매님은 자신의 이야기를 길게(혹은 반복적으로) 나누셨습니다. 감사한 것은 목장 식구 어느 누구도 화를 내거나 나무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진지하게 자매님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셨고, 반응해 주었습니다. 더 나아가 그 가정을 함께 축복하며 기도해 주었습니다.
이때 문뜩 제 머리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런 모습이 예수님이 세리들과 죄인들, 창녀들과 함께 했던 식사 자리의 모습이 아닐까?”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 당시 유대인들은 그런 사람들을 경멸하며 공격적으로 비난했지만, 예수님은 오히려 그들과 함께 누워 빵을 떼시고 포도주를 마시며 진솔하고 따뜻한 대화를 가지셨습니다. 그들의 지난 과거를 들추시지도 않으셨고, 그들의 존재를 거부하거나 부인하시지도 않으셨습니다. 그냥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주셨고 수용해 주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가정에서 모인 예수님의 식탁 공동체입니다.
각자의 가정을 사람들에게 열어서 제공하고, 그 가정에서 모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자신의 실상을 가려왔던 가면을 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만나서 자신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가정은 그런 장소입니다. 모든 무장이 해제되고, 긴장했던 모든 근육들이 풀리는 곳이 가정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목장모임을 예배당이나 공공의 장소(식당이나 카페)가 아닌 가정에서 모입니다. 함께 모여 한 주간의 삶과 실수와 아픔, 고통과 슬픔, 감사와 기쁨, 기도의 응답과 말씀을 나눕니다.
아직 저희 목장모임에선 수준 높은 말씀의 적용이나 놀라운 기도의 응답은 없습니다. 육체와 마음이 아픈 사람들, 하루 종일 몸을 쓰는 일을 하고는 피곤함에 쩔어서 온 사람들, 진로가 확정되지 않아 고민하는 청년들, 그리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한 주간을 염려와 근심으로 보낸 연약한 목사까지 함께 모여서 식사를 하고, 한 주간의 삶을 함께 나눕니다(물론 그 나눔에도 놀랍거나 대단한 것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 마음의 슬픔과 분노를 알콜로 해결하려는 자매님의 연약함을 부정하거나 정죄하지 않고, 그녀의 반복되는 이야기를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고 격려해 주고 진심으로 안아주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갈라디아서 5장 14절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모든 율법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여라” 하신 한 마디 말씀 속에 다 들어 있습니다.] 예! 우리는 오늘 성경의 가장 큰 명령에 순종했습니다. 그냥 하늘 아버지가 우리를 일방적으로 사랑하신 것처럼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심판자가 되어 정죄하는 일을 멈추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최고와 최선의 것 –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그 일을 했습니다. 그래서 너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