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11:12에 대한 연구 (1)
ἀπὸ δὲ τῶν ἡμερῶν Ἰωάνου τοῦ Βαπτιστοῦ ἕως ἄρτι ἡ βασιλεία τῶν οὐρανῶν βιάζεται, καὶ βιασταὶ ἁρπάζουσιν αὐτήν.
(개역개정)
세례 요한의 때부터 지금까지 천국은 침노를 당하나니 침노하는 자는 빼앗느니라
(우리말)
세례자 요한 때부터 지금까지 하늘나라는 침략당하고 있으니 침략하는 사람들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새번역)
세례자 요한 때로부터 지금까지, 하늘 나라는 힘을 떨치고 있다. 그리고 힘을 쓰는 사람들이 그것을 차지한다.
(공동번역)
세례자 요한 때부터 지금까지 하늘 나라는 폭행을 당해 왔다. 그리고 폭행을 쓰는 사람들이 하늘 나라를 빼앗으려고 한다.
(NASB)
From the days of John the Baptist until now the kingdom of heaven suffers violence, and violent men take it by force.
(NIV)
From the days of John the Baptist until now, the kingdom of heaven has been forcefully advancing, and forceful men lay hold of it.
어제 어느 목사님이 이 본문을 가지고 설교하시는 것을 들었다. 그런데 이 말씀의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지 궁금했다. 한국어 성경이나 영어 성경으로 그 본문을 읽어도 그 의미가 정확하게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그렇다고 원어를 공부할 깊이 공부할 능력도 없다). 하지만 한국교회 안에서 마 11:12을 이해하고, 해석하고, 가르치고, 설교하는 방향이 정확한지 확인하고 싶었다.
이런 저런 자료들을 살펴보니, 마 11:12을 바르게 해석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단어는 βασιλεία(biazetai)이다. 이 단어는 복음서에 딱 2번 사용되었는데, 마 11:12과 눅 16:16이다(https://biblehub.com/greek/biazetai_971.htm). 문제는 주로 눅 16:16을 가지고 마 11:12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복음서 공부를 조금 한 사람이라면 이 두 본문이 다른 배경과 문맥에서 기록되어 있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눅 16:16, 새번역)
율법과 예언자는 요한의 때까지다. 그 뒤로부터는 하나님 나라가 기쁜 소식으로 전파되고 있으며, 모두 거기에 억지로 밀고 들어간다.
우리의 숙제는 마 11:12을 마태복음의 문맥 안에서 그 의미를 바르게 해석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작게는 11장의 문맥을, 크게는 마태복음 전체의 문맥을 확인하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11장의 문맥을 살펴보고 정리해 보자.
11:1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유대 여러 고을에서 가르치며 복음을 전하심
11:2~6 침례자 요한이 자신의 제자들을 예수께 보내어 예수의 정체성에 대해서 질문하고, 예수는 그에 대해서 대답하심
11:7~15 예수께서 침례자 요한의 정체성과 사명에 대해서 가르침
11:16~19 침례자 요한과 인자(예수)의 사역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
11:20~24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도시들에 대한 심판을 말씀하심
11:25~30 하늘 나라의 비밀에 대한 말씀과 자신에게로 와서 쉬라고 초청하심
그 다음은 마태복음 전체의 문맥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한데, 일단 3장에서 11장까지의 문맥적 흐름을 살펴보는 것이 더 유익할 것 같다. 이것을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3:1~12 침례자 요한의 전도 사역(하늘나라가 시작되었음을 선포하고 회개를 요구함)
3:13~17 침례자 요한에게 침례를 받으시는 예수
4:1~11 시험을 받으시는 예수
4:12~17 갈릴리에서 하늘나라 복음을 선포하심(3:2 vs. 4:17)
4:18~22 어부들을 제자로 부르심
4:23~9:35 예수님의 세 가지 사역(가르치고, 전파하고, 고치심)
-5~7장 산상수훈(하늘나라에 대한 예수의 가르침과 전파하심)
-8~9장 치유 사건(하늘 나라가 능력으로 임하고 있음을 보여줌)
9:36~38 목자 없는 양과 같은 무리들,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어 달라고 기도하심
10:1~11:1 열두 제자에게 권능을 주시고 파송하심, 박해를 예고하심, 하늘나라가 확장됨
특히 10장과 11장을 연결해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4~9장은 예수에 의해서 하늘나라가 시작되었음을 선포하시고, 그 하늘나라의 삶에 대해서 가르치시고 전파하실 뿐만 아니라 그것이 실제로 임하고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 많은 질병과 아픈 사람들을 초자연적으로 치유하시고 회복하시는 일들이 집중적으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10장으로 넘어가면 예수는 열두 제자를 따로 불러 더러운 귀신을 제어하는 권능을 주시고, 그들이 더러운 귀신을 쫓아내고 온갖 질병과 온갖 허약함을 고칠 수 있도록 하신다(10:1). 또한 길 잃은 양 떼인 이스라엘 백성에게로 가라고 하신다(10:6, 9:36에 나오는 ‘목자 없는 양’과 연결해서 읽어보라). 그러면서 그들이 선포할 메시지는 현재 임하고 있는 하늘나라이며(‘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10:7),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 예수가 행했던 치유를 행하라고 명령하신다(10:8).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반대와 박해의 상황이다. 예수는 그들이 법정에 넘겨지고 매질을 당할 것이며 체포되어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서게 될 것을 예고하신다(10:17~18). 하지만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신다. 그들 안에 계신 성령이 그들을 도우실 것이다(10:19~20). 또한 그런 자들을 두려워 하지말라고 하신다. 진짜 두려워할 분은 하나님 뿐이다(10:26~31). 더 나아가 예수는 세상에 평화를 주려고 온 것이 아니라 칼을 주기 위해서 왔다고 말씀하시며 과격한 제자도에 대해서 말씀하신다(10:34~39).
이런 말씀이 끝난 다음에 마 11:1은 예수와 열두 제자들이 유대 여러 고을로 가서 (하늘나라) 복음을 가르치고 전파하셨다고 기록하고 있다. 11:2 이하는 이 소식이 감옥에 갇혀 있는 참례자 요한에게 까지 전해졌고, 자신의 제자들을 보내어 예수의 정체성에 대해서 질문하게 하고, 이에 대한 예수의 대답 그리고 예수가 침례자 요한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내용이 연달아 기록되어 있다. 여기에 우리가 살펴보려고 하는 11:12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맥에서 11:12을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이 바른 것일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가장 중요한 단어는 βασιλεία(biazetai)이며 이 단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데 βασιλεία(biazetai)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단어가 하나 더 있다. 바로 βιασταὶ(biastai)이다. 이 두 단어가 각각의 성경들에서는 어떻게 번역 되었는지 살펴보는 것은 11:12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개역개정)
βασιλεία(biazetai) – 침노들 당하나니
βιασταὶ(biastai) – 침노하는 자는
(새번역)
βασιλεία(biazetai) – 힘을 떨치고 있다(또는 폭행을 당한다)
βιασταὶ(biastai) – 힘을 쓰는 사람들이[(또는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약탈한다]
(공동번역)
βασιλεία(biazetai) – 폭행을 당해 왔다
βιασταὶ(biastai) – 폭행을 쓰는 사람들이
(NIV)
βασιλεία(biazetai) – has been forcefully advancing
βιασταὶ(biastai) – forceful men
(NASB)
βασιλεία(biazetai) – suffers violence
βιασταὶ(biastai) – violent men
이것을 통해 한 가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마 11:12이 우리가 지금까지 설교를 통해 배우고 들었던 것처럼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교회 설교자들은 마 11:12을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것으로 해석했다. 즉 침례자 요한 이후로 하늘나라(하나님의 나라)는 적극적인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차지하는 것이고, 얻어내어 가지는 것으로 설교를 했다(침노 당한다). 하지만 마태복음의 문맥과 연결해서 살펴보면 그렇게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다시 마 11:12을 읽어보자. 하늘나라는 침례자 요한 때부터 지금까지 침략을 당한다(cf. 공동번역에서는 ‘폭행을 당해 왔다’고 번역한다). 마태복음을 보면 3장에서 침례자 요한이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선포하는 메시지로 시작된다. 4장으로 넘어가면 침례자 요한에게 침례를 받으시고 사단의 시험을 통과하신 예수가 침례자 요한과 동일한 메시지를 선포함으로 사역을 시작된다. 그리고 5장부터는 그 하늘나라을 살아내는 삶이 무엇인지를 가르치시며, 그 하늘나라가 현재 임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치유 사역을 행하신다. 그러다가 9장 후반부와 10장으로 넘어가면 그 사역이 열두 제자에게로 확대되어 하늘나라의 복음은 유대 전역으로 퍼진다.
하지만 하늘나라의 복음이 선포되는 곳에서는 심한 반대와 박해가 공존한다. 10장에서 예수님은 그것을 분명히 경고(예고) 하셨고, 11장에는 그 결과로 침례자 요한이 감옥에 갇히게 된다. 왜냐하면 하늘나라 복음은 당시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종교적, 경제적인 체제(시스템)를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모든 체제를 거부하고, 하나님이 왕으로 다스리시고 통치하신다는 것을 선포하는 메시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늘나라 복음과 그 복음을 선포하는 자에게 폭력(반대와 박해)이 가해진다. 그들은 체포되고 감옥에 갇히고 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심지어 침례자 요한처럼 죽음을 당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폭행을 당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폭행을 행하는 자들은 그들에게서 하늘나라까지 빼앗으려고 시도한다. 이것을 잘 보여주는 예도 침례자 요한이다. 침례자 요한은 하늘나라 복음을 전한 결과로 세상의 권력을 가진 자들(폭행을 행하는 자들)에 의해 체포되고 감금되어 있다. 그런데 마 11:2 이하를 보면 자신의 제자들을 예수께 보내어 예수의 정체성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 지금 침례자 요한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하늘나라 복음을 빼앗길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다. 그런 침례자요한에게 예수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설명하기 보다 현재적 하늘나라에 대해서 말씀하신다.
그러므로 마 11:12의 말씀은 절대 긍정적인 내용이 아니다. 믿음으로 하늘 나라를 취하면 된다든지, 적극적인 자세로 도전하면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아니다. 오히려 매우 부정적인 내용이다. 세상의 권력과 힘을 가진 자들이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는 자들을 박해할 것이고, 단순히 박해만이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하나님의 나라까지 빼앗고 차지하려고 폭력을 행세할 것이라는 말씀이다. 이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환영받을 수 없는 메시지이다. 왜냐하면 하나님 나라의 복음은 체제 전복적이며 혁명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실현하기 오신 예수는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고 말씀하신다(마 10:34).
결론은 마 11:12이 교회에서 설교되고 있는 것처럼 긍정적이며 적극적인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마태복음 전체 문맥을 살펴보면 그 의미와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