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회 이야기] 다시 제자리로
지난 주 1년 동안 예배처소로 사용하던 곳을 나온 이후로 새로운 예배 장소를 구하지 못하여서 기도와 고민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한 지체(교인)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본인 집을 오픈해 줄테니 그곳에서 예배를 드리라는 것입니다.
제주도에서 가정교회로 개척을 한 이후로 기회가 되는대로 예배처소를 따로 구하려고 백방으로 노력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가 제주도 부동산이 천정부지로 가격이 오르던 때였고, 지역교회로 뿌리를 내리려고 했던 지역이 신도시 개발지역이라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건물을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결국 가정교회로 개척을 시작했으니 계속 가정교회로 존재하면서 주님의 몸을 세우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2013년 개척한 이후로 계속해서 저희 집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11월 한 분을 만나게 되었고, 그 분이 건축해 놓은 예배당에서 주일예배를 드렸습니다. 개척 6년차에 처음으로 번듯한 예배당에서 주일예배를 드린 것입니다.
그때 가장 기뻐했던 사람은 저희 아내였습니다. 매 주일마다 가정을 오픈해야 한다는 것과, 식사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 사람들의 평가와 시선에 예민한 아내에게는 참 힘들고 벅찬 일이었습니다. 그것을 하루 이틀한 것이 아니라 6년 가까이 매 주마다 했으니 얼마나 힘들어겠습니까? 이제 토요일에 대청소를 하지 않아도 되고, 여름에 너무 덥고, 겨울엔 너무 추웠던 거실을 떠나 따로 준비된 예배 처소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아내는 쌍수를 들고 환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1년만에 다시 원 위치로 돌아왔습니다. 다시 진정한 가정교회로 돌아온 것입니다. 문제는 지금 살고 있는 사택은 거실이 너무 작아서 교회 지체들이 전부 모여 예배를 드릴 수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바로 옆에 다른 가정 집들이 가까이 있어서 주일예배를 드리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근데 오늘 아침에 갑자기 그런 전화를 받은 것입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제안이라 당황스럽기도 하고, 저 혼자 결정할 수 없고 공동체의 의견을 들어야 하기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 다음 결정을 유보해 놓았습니다.
한 가지 진짜 진짜 감사한 것은 아직 신앙생활의 경력도 짧고 어린 신앙을 가진 지체이고, 목사가 강대상에서 자주 외쳤던 사람과 관계로서의 교회(가정교회)에 대한 소망을 완전하게 이해는 못하고 있지만,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관계(사람)의 소중을 깨닫고 교회 공동체를 위해서 자신의 집을 기쁨으로 오픈해 주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했고, 실패만 하고 있는 목회는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건물은 없지만 하나님을 전혀 몰랐던 영혼들이 주님을 영접하여 거듭나는 것과 그들이 신앙 안에서 자신을 하나님을 위해서 내어 드린다는 것이 무엇이 조금씩 배워가는 지체들이 있어 감사합니다. 관계라는 것을 통해 신앙이 전수되고, 삶에서 아주 조금씩 변화의 모습들을 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그것을 통해 다시 교회가 무엇인지, 목회가 무엇인지 새롭게 배울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아직 달려갈 길이 멀고 멀지만 건강한 가정교회를 세우기 위해 계속 달려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