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변증에 대한 강의를 듣고
어제 지방회에서 기독교 변증에 대한 말씀(강의?)을 들었다. 여러 가지로 유익하고 후기 포스트모던 시대에 관심을 가져야할 영역 중에 하나가 ‘기독교 변증학’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수요예배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나누는 것이라 더 깊이 들을 수 없었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수고하신 박 목사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짧게 소감을 몇자 적어 보려고 한다. 첫째는 앞으로 벌어질 영적 전쟁은 세계관의 싸움이라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때 영적 전쟁을 주술적이고 지역적이며 동시에 개인적인 차원으로만 다루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 치루어야할 영적 전쟁은 이론과 사상을 아우르는 세계관(worldview)의 싸움이 될 것이다. 강사가 이 부분을 정확히 지적하였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그렇다면 21세기 기독교가 씨름해야 하는 세계관의 싸움이 무엇인지 더 구체적으로 다루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의 배후에 작동하고 있는 세계관의 싸움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조금 더 명확하게 언급 했다면, 지금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기도해야 하며, 어떤 삶의 방식들을 선택해야 하고, 교회가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 새로운 인사이트(insight)와 메시지를 던질 수 있었을 것이다.
둘째, 지식의 문제를 언급했다. 이것도 정말 시급한 문제이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 교회의 근본적인 문제는 지식(knowledge) 보다 지성(intelligence)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강사는 지식의 부재 혹은 지식의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단순히 지식의 부족함보다 더 깊은 문제는 지성(cf. 지혜)의 부재가 크다. 그렇다면 지식과 지성의 차이는 무엇인가? 지식이란 단순히 정보의 양(quantity)을 의미한다. 하지만 지성이란 정보의 질(quality)을 말하고, 더 나아가 지식(정보)의 통합과 연결, 방향과 목적을 의미한다.
오늘날 한국 교회가 맞이한 위기는 지식(정보)의 부재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교인들이 접하는 지식(정보)은 넘치고 넘친다. 인터넷의 발달로 엄처난 지식과 정보를 접한다. 문제는 그것을 검증하고 통합하고 연결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을 사용하는 목적과 방향의 문제이다. 우리는 이것을 지성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한국 교회의 문제는 반 지식주의가 아니라 반 지성주의이다. 엄청난 정보와 지식은 넘치지만, 그것이 삶으로 통합되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고, 개인의 사익과 몇몇 집단의 권력과 명예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우리는 그것을 엘리트주의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앞으로 필요한 기독교 변증학은 이론과 정보만을 다루어선 안 된다. 물론 이것을 통해서도 기독교의 진리(복음)을 충분히 변증할 수 있고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성경은 진리와 믿음의 통합, 믿음과 삶의 통합, 진리와 삶의 통합을 말씀하신다. 더 나아가 진리(truth)와 지식(knowledge)과 지혜(wisdom)의 통합을 요구한다. 우리는 이것을 기독교 지성이라고 부른다. 한국 교회 안에 간절히 필요한 성도의 모습은 이런 통합적 사고와 삶을 가진 기독교 지성인이다. 효과적인 기독교 변증은 단순히 정보의 전달이 아니라 사람(인격)을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