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향으로의 오랜 순종
(A Long Obediencein the Same Direction)
제주도에서의 삶이 매번 어렵고 힘든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쉽지는 않았지만 매번 공급하시고 채우시고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그것을 통해 믿음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고,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알아갈 수 있었으며, 그것을 통해 나누고 싶은 크고 작은 간증들이 참 많다.
사실 내 안에 도전하고 확인하고 실험해 보고싶은 것이 있었다. 하나는, 하나님을 신뢰함으로 벼랑 끝에 서는 삶이 무엇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고, 또 다른 하나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과 성령의 역동성(다이나믹)이 진짜라면 건물에서 벗어나서 일상이라는 삶과 관계 안에서 그것이 어떻게 경험되고 전수 되며 재생산 되는지를 실험해 보고 싶었다(교회가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진짜 사람과 관계를 통해 세워지는 교회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무조건 건물을 반대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건물 안에 매이고 싶지 않았고, 그 건물을 유지하고, 그 건물 안에서 행해지는 일들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목사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런 목회도 많이 해봤고, 나름 인정도 많이 받았지만, 개인적으론 무척이나 힘들고 답답했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런 목회와 신앙생활을 다 거부하거나 잘못 되었다고 비판한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계신다. 그렇지 않다.
개인적인 신앙의 여정을 통해서 회의와 한계를 많이 느꼈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서 도전하고 실험하고 확인하고 싶은 부분들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 뿐이다. 물론 개인적으론 이 길이 맞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그 여전히 그 영역 안에 존재하는 분들을 비난하거나 반대하진 않는다. 각자 자신이 걸어가야할 길이 있을 뿐이다. 각자 자신이 서 있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 보이는 풍경이 다를 뿐이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풍경만이 진실이라고 주장하거나, 다른 풍경을 보고 있는 분들을 틀렸다고 비난할 마음은 없다.
쉽지 않았지만 여러 공부와 훈련, 실패와 고난이라는 시간을 통해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사고의 변화가 일어날 때마다 전에 볼 수 없었던 풍경이 눈에 들어왔고, 그것이 진짜이고 진리인지 확인하고 싶어서 새로운 여행을 출발한 것이다. 아마 그것이 제주도에서의 삶과 사역일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 하나님의 은혜와 공급과 인도하심도 컸다. 후회는 없다. 그냥 어떤 분의 고백처럼 앞을 바라보면 가시밭 길인데 뒤를 돌아보면 꽃길이라는 표현이 제일 정확하다.
나는 오늘도 성령의 음성에 순종하고 싶을 뿐이다. 여전히 믿음이 없어 매번 의심하고 질문하고 흔들리지만(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가능한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찾고 분별하고, 이 길이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길이라는 것이 확인되면 흔들리지만, 갈등하지만, 계속해서 내 삶(생각과 계획과 뜻)을 부인하고 조정해서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려고 할 뿐이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문구처럼 “한 방향으로의 오래 순종”을 하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