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한 말씀 : 창세기 7:1~24
1. 하나님이 예고하신 홍수의 심판이 시작된다. 하나님은 노아에게 정결한 짐승과 하늘의 새 암수 일곱과 부정한 짐승 암수 둘씩 데리고 방주 안으로 들어가라고 명하신다. 이런 하나님의 구체적인 명령에 노아는 온전히 순종한다. 우리는 여기서 노아를 향한 하나님의 평가와 그의 순종이 연결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노아는 ‘의로운’(차디크) 사람이며, 의로운 사람은 하나님과 동행하는 사람이면서(창 6:9), 동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사람이다(6:22, 7:5). 이 둘은 서로 분리되는 개념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성경이 말하는 ‘의’(츠다카)를 법적인 용어로만 이해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도 바울이 이방인(율법과 관계가 없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정립한 개념이다. 물론 거기에서도 믿음과 행위는 분리되는 개념이 아니다. 의롭다함을 얻기 위해서는 믿음만이 필요하지만, 그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얻었다면 의를 위해 자신의 몸을 적극적으로 드리는 순종이 필요하다(로마서 6장을 보라).
2. 노아는 하나님이 보시기에 의로운 사람이었다. 의로운 사람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사람이다. 노아 홍수 이야기는 이 점을 명백하게 강조하고 있다. 홍수는 하나님이 행하시는 심판이시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원래의 모습(처음 상태)이 깨어지고 망가져서 도저히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되자, 하나님은 그 창조세계를 완전히 처음의 상태처럼 혼돈과 무질서(40일간의 홍수)로 만들어 버리신다. 하지만 완전히 끝내시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과 동행했던 사람, 하나님이 보시기에 의로웠던 노아를 통해서 새로운 출발을 하시기 위해 방주를 짓게 하시고, 그 방주 안에 구원 받을 노아의 가족들과 동물들이 들어가게 하신다. 그리고 방주의 문을 하나님이 직접 닫으시고(16절), 홍수가 바로 시작된다. 이 홍수는 단순히 자연적인 재해가 아니라 하나님이 자연 질서를 깨뜨리셔서 엄청난 비와 물이 온 땅을 덮도록 만드시는 심판이다.
3. 우리는 이것을 통해 성경의 구원 모델을 볼 수 있다. 창조와 심판, 구원 그리고 새 창조는 모두 하나님의 몫이다. 하나님이 직접 행하신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대신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이며 동시에 하나님의 말씀에 온전히 순종하는 것이다. 성경은 그것을 ‘의로움’이라고 말씀하신다. 성경이 강조하는 ‘의’는 관계적인 것이다. 관계의 기초는 믿음/신뢰이다. 여기서 믿음은 하나의 확신이나 신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우리는 그렇게 이해하고 있지만). 단순히 하나님의 존재를 믿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살아계신 하나님을 의지하고 신뢰하며, 그 분이 보시기에 의로운 삶(동행+순종)을 사는 것이다. 하나님은 그런 노아를 구원하시기로 작정하시고 방주를 짓도록 하신다. 노아는 그런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한다. 다시 말하지만 그저 머리속으로만 생각한 것이 아니라 직접 수고하는 과정을 통해 방주를 지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홍수에서 구원을 받았다.
4. 우리는 다시 방주를 통한 구원을 가진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한다. 엄청난 홍수는 땅에 사는 모든 호흡을 하는 존재들의 죽음과 땅이 다시 물로 덮이는 무질서와 혼돈이 발생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1장에 기록된 창조 이야기로 우리를 이끌고 간다. 하나님은 물을 둘로 나누어 창공(하늘)을 만드셨고, 물과 뭍을 나누어 땅을 만드셨으며, 그 땅에 각종 식물들과 동물들, 마지막으로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사람으로 채우신다. 그렇게 하심으로 혼돈과 공허를 질서와 생명으로 채우셨다. 하지만 홍수는 그 모든 것을 다시 처음 상태 – 혼돈과 공허로 되돌려 놓는다. 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방주를 통해 노아의 가족들과 다시 번식할 수 있도록 각종 동물들을 남겨 놓으신다. 이것은 심판과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모든 것을 끝내는 것이 심판의 목적이 아니다. 하나니은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시고 그 심판 안에서 그 일을 진행하신다.
5. 하나님의 심판과 구원의 목적은 새 창조이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어질 구원과 심판도 동일하다. 하나님의 목적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새 창조이다. 모든 것을 파괴하고 모든 것을 끝내시는 것이 하나님의 목적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망가지고 깨어진 세상을 온전히 다시 회복하시는 것이다. 그 일에 구원 받은 우리가 동참하게 될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의롭다함을 얻고, 예수님과 동행하며 그 분의 말씀에 순종하는 교회들을 통해서 이 땅을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역사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홍수와 방주 이야기를 통해 구원과 새 창조의 모델을 볼 수 있다. 하나님은 지금도 그 일을 하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