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한 말씀 : 창세기 14:13~24
1. 서쪽 연합군 중의 한 명이 겨우 탈출해서 아브람에게 조카 롯의 상황을 전달한다. 어쩌면 롯이 그 사람에게 이 상황을 알리라고 말했는지도 모른다. 이 소식을 들은 아브람은 자신이 직접 집에서 낳아서 훈련시킨 사병 318명을 거느리고 롯과 그의 가족들을 구출하기 위해 단까지 쫓아간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서쪽 연합군도 이기지 못한 동쪽 연합군을 어떻게 318명의 군사들만 거느리고 쫓아가서 이길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두 가지로 설명을 할 수 있는데, 첫째는 롯을 구출하기 위해 출동한 군사가 아브람이 훈련시킨 318명만 있었던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13절 하반절과 24절을 보면 아넬과 에스골과 마므레라는 지방 호족 세력이 등장한다. 오늘 본문은 아브람의 군사들만 소개되어 있지만 분명히 그들과 함께 더 많은 군사들을 이끌고 롯 구출 작전을 감행 했을 것이다.
2. 둘째는 군대와 군대가 정식으로 맞붙어서 전투를 벌인 것이 아니라 밤에 기습 공격을 감당한 것이다(15절). 아마 동쪽 연합군은 승리에 취해 방심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브람은 그런 상황을 고려하여 밤에 군대를 몇 패로 나누어서 사방에서 기습 공격을 감행 하였고, 그런 기습적인 공격에 제대로 대응도 하지 못하고 패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 빼앗겼던 모든 재물과 조카 롯과 그 가족들 모두를 되찾아서 돌아오게 되었다. 우리는 이것을 통해서 아브람이 이미 상당한 부와 힘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브람의 집에서 태어나서 직접 훈련 받은 사병들이 318명이나 되었다는 것은 그가 이미 상당한 부를 거느리고 있고, 그 지역에서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이것을 통해 하나님의 약속이 아브람의 삶 속에서 어떻게 성취되어 가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3. 아브람이 빼앗겼던 사람과 재물을 이끌고 돌아올 때에 소돔 왕과 (예루)살렘 왕 멜기세덱이 사웨 벌판 곧 왕의 벌판에서 그를 영접하였다. 여기서에서 성경에서 가장 신비롭고 논란이 많은 인물인 멜기세덱이 등장한다. 그는 가장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이면서 동시에 살렘 왕이었다. 사실 우리는 그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정보가 많지가 않다. 멜기세덱은 창세기에서 3번(창세기 14장), 시편에서 1번(시편 110:4), 히브리서에서 12번(히브리서 5~7장) 언급되지만, 어떻게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이면서 동시에 살렘 왕이 되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오늘 본문을 통해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전투에서 승리하여 돌아온 아브람을 축복해주고, 아브람은 그에게 십일조를 드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돔 왕과의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소돔 왕은 사람들만 자신에게 돌리고, 재물은 아브람이 가지라고 말하지만, 아브람은 그런 제안을 거부하고 다만 자신과 함께 전투에 참여한 사람들의 몫만 챙겨 달라고 요구한다.
4. 여기서 초점을 잃으면 안 된다. 멜기세덱의 축복 안에 소개된 하나님은 “천지의 주재(주인)”이시고 “가장 높으신” 분이시다. 또한 전투에서 승리케 하시고, 포로로 잡혀간 사람들과 약탈된 재물들을 무사히 되찾게 하신 분이 하나님이라는 것이다. 그런 하나님이 멜기세덱의 입을 빌려 아브람에게 복을 내려주시겠다고, 가장 높으신 하나님을 찬양하라고 말씀하신다. 아브람은 그 응답으로 십입조를 드린다. 당시 십일조는 고대 근동의 관행으로 자신이 섬기는 왕이나 제사장에게 바쳤다. 아브람은 멜기세덱에게 십일조를 드림으로 자신의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이고, 하나님이 복주신 결과임을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소돔 왕에게 보인 아브람의 태도를 통해서 다시 확인이 된다. 아브람은 부당한 재물에 대해선 단호하게 거절한다. 이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복이 오직 하나님을 통해서만 온다는 확신 때문이다.
5. 대신 자신과 함께 수고한 사람들의 몫을 챙겨달라고 요구한다. 이것은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전투에 참여하였고, 그 결과로 빼앗겼던 사람들과 재물들을 다시 되찾아 올 수 있었다. 그러므로 수고한 사람들에게 합당한 수고비를 지불하고,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 주는 것은 합당하고 올바른 것이다. 아브람은 이렇게 자신만이 아니라 함께 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베푸는 삶을 선택한다. 우리는 이것을 통해 복을 유통하는 삶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다. 하나님이 복을 주실 때, 무엇을 하나님께 돌려야 하는지, 무엇을 자신이 취해야 하는지, 무엇을 함께 한 사람들과 나누어야 하는지 아는 것이다. 그것을 잘 분별하고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복을 유통할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지금 아브람은 그런 사람으로 점점 성장해 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