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한 말씀 : 창세기 19:1~11
1. 헤브론에 살던 아브라함을 떠나 소돔 성에 도착한다. 시간의 흐름으로 보면 점심 때 아브라함의 집에서 접대를 받고, 그를 떠나 저녁시간에 맞추어 소돔 성에 도착한 것처럼 보인다. 물론 거리나 시간 상으로 그것이 불가능한 것은 확실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으로 보면 같은 날 저녁으로 보는 것이 가장 합당할 것이다. 두 천사가 소돔 성에 도착할 때에 마침 롯은 성문에 앉아 있었다. 당시 성문은 여러 가지 행정적이고 법적인 문제들을 처리하는 곳이었다. 다양한 재판이 성문에서 이루어졌으며, 그 성의 원로들이 성문에 모여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 논의하고 토론하는 공간이었다. 롯이 그곳에 앉아 있었다는 말은 소돔 성에서 롯이 차지하는 위치를 어느 정도 예측해 볼 수 있다. 아마 롯이 그 정도의 위치를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아브라함 때문일 것이다. 동쪽 연합군과의 싸움에서 패해 포로로 잡혀 갔을 때 롯의 가족과 재물만이 아니라 소돔 성의 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재물까지 다시 탈취해서 되돌려 준 사람이 바로 아브라함이었기 때문이다.
2. 이렇게 성문에 앉아 있던 롯은 두 천사를 보고 급히 일어나 자신의 집으로 그들을 강권하여(강제적으로) 모시고 가서 융성한 대접을 베푼다. 이 장면은 앞에 나온 아브라함이 부지 중에 여호와의 일행을 영접하고 접대한 것과 비슷하다. 롯도 부지 중에 두 천사를 자신의 집으로 영접하고 그들을 지극한 정성을 들여 대접한다. 이 장면에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두 천사가 처음에는 롯의 영접을 거절했다는 것이다. 본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그냥 인사치레로 거절한 것이 아니다. 두 천사는 정말 롯의 집에 들어갈 마음이 전혀 없어 보인다. 그들이 밝히듯이 거리에서 밤을 새우려 하였다. 이것은 그들이 그 성을 찾아간 목적과 관련이 있다. 두 천사는 소돔 성을 감찰하기 위해서 그곳에 갔다. 그런데 롯을 만나게 되었고, 롯은 두 사람이 길거리에서 밤을 새운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욱더 강권하여 자신의 집으로 모신다. 이것은 당시 그 시대 사람들의 손님 접대 문화로 이해하면 이상한 일은 아니다.
3.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진다. 두 천사를 자신의 집으로 모시어 큰 잔치를 베풀며 쉬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소돔 성의 거하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롯의 집으로 몰려와서 두 천사를 내놓으라고 강력하게 요구한다. 그들의 목적은 집단적 강간(윤간)과 동성애였다. 그들의 목적은 단순한 성적인 행위를 넘어서 가학적인 형태를 보인다. 이것은 롯이 손님 대신에 자신의 두 딸을 내주겠다는 요구를 거절하는 것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의 요구는 단순한 성적인 행위 자체를 넘어서 기괴하고 가학적인 성도착증의 모습을 보인다. 더 놀라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아주 폭력적으로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통해 이미 소돔 성이 성적으로 얼마나 타락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상식과 윤리를 뛰어넘어 얼마나 가학적인 형태로까지 타락했는지를 볼 수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롯의 반응이다. 롯은 무리들의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요구를 진정 시키고 자신의 집에 온 손님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두 딸을 내주겠다고 말한다.
4. 이런 롯의 반응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해야할까? 자신의 집에 찾아온 두 손님과 자신의 두 딸 중에 누가 더 소중하고, 누가 더 귀할까? 롯은 두 딸이 아닌 두 손님을 선택한다. 아버지로서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자신의 두 딸이 무리에 의해서 집단 강간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인데, 자신의 집에 찾아온 – 그것도 자신이 강권적으로 데리고온 – 손님들을 보호하기 위해 폭도들에게 자신의 두 딸을 내주겠다고? 지금 롯의 앞에서 벌어진 상황은 어찌보면 대표적인 상황윤리에 해당된다. 두 손님을 무리들에게 내어주고 가족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두 손님과 남은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두 딸을 내어줄 것인가? 어찌보면 그만큼 롯의 눈 앞에 벌어진 상황들이 통제 불가능하고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던 것 같다. 그의 선택과 결정에 대해선 절대 지지를 받을 순 없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선택도 롯에게는 참으로 어렵고 힘들었을 것이다. 잘못하면 손님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족들까지도 위협을 당할 수 있는 상황 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
5. 롯의 타협안의 비참하게 거절이 된다. 그들은 롯이 자신들의 재판관이나 행정관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고는, 무력으로 롯의 집안으로 진입하려고 시도한다.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때 두 천사가 황급하게 개입한다. 문 밖에 서 있던 롯을 집 안으로 끌여들인 다음에 문을 닫아 버린다. 그리곤 폭도들의 눈을 멀게 만든다. 이것은 강렬한 빛을 보았을 때 눈이 부셔서 앞이 보이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것은 하나님의 인내의 때가 끝났으며, 본격적인 하나님의 심판이 소돔 성에 임할 것을 보여주는 예고이다. 이 사건을 통해 소돔 성이 얼마나 하나님 보시기에 타락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들은 더 이상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이제 하나님의 무서운 심판대 앞에 서 있게 된다. 어쩌면 롯의 만류를 통해 마지막으로 경고가 주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이제 인간의 시간은 끝나고 하나님의 시간이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