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한 말씀 : 창세기 23:1~20
1. 아브라함이 헤브론 곧 기럇아르바에 머무르고 있을 때 사라가 12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예수님 시대에도 그렇지만 아브라함이 살던 시대에도 동일하게 장례를 당일에 치루었다. 그것은 그곳의 날씨가 매우 더워서 시신을 오래 보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금방 부패해 버린다). 문제는 헤브론에 머물고 있지만 그곳에서 아브라함은 개인의 사유지가 없는 나그네에 불과할 뿐이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자신의 고향을 떠나 가나안 땅으로 들어온지 꽤 오랜 시간을 흘렀고, 이곳 저곳을 옮겨다니며 살았지만 정작 자신의 이름으로 땅을 구입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사랑하는 아내 사라의 장례를 치루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아브라함은 매장할 소유지를 헷 족속으로부터 매입하기 위해서 거래를 시도한다. 이 거래 내용이 23장에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2. 그렇다면 왜 이런 내용이 창세기에 포함되었을까? 왜 이런 구체적인 거래 내용과 가격까지 기록하였을까? 이 사건이 의미가 있는 것은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에 들어온 이후 최초로 자신의 이름으로 그 땅을 매입했다는 것이다. 오늘 이야기를 보면, 헷 족속의 사람들은 아브라함에게 엄청난 헤택과 특권을 제공해 주려고 한다. 아브라함이 원하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겉으로 보기엔 괜찮은 제안 같아 보인다. 많은 재정적인 지불을 하지 않고서도 좋은 묘지를 마련할 수 있을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영구적인 소유권이 넘어온 것은 아니다. 지금은 아브라함에게 커다란 혜택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지속적인 사용권을 보장 받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브라함도 어떻게 해서든 토지를 구입하려고 그들과 협상을 시작한다.
3. 아브라함이 매입 하려는 땅은 소할의 아들 에브론이 소유하고 있는 막벨라 굴이었다. 헷 족속의 대표단의 중재로 아브라함과 에브론 사이의 협상이 시작된다. 아브라함은 매우 정중한 자세로 협상에 임하고, 에블론도 막벨라 굴을 무상으로 제공할 마음이 있는듯 반응한다. 하지만 이것은 당시 관례적으로 사용된 거래와 협상의 예법이다. 그런 협상을 통해 적당한 가격이 조정되고 정해져서 거래가 완료되는 것이다. 그런데 협상은 매우 싱겁게 끝난다. 에브론은 400세겔(은 4.5kg 정도)을 제시하는데 당시 부동산 가격을 알 수 없으니 비싼 가격인지 아니면 적당한 가격인지는 알 수가 없다. 한 가지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처음엔 높은 가격을 부르고,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가격이 조정되는 것이 관례였기에 아마 높은 가격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브라함은 가격 조정을 위한 줄달리기를 하지 않고 바로 그 가격에 막벨라 굴을 매입한다.
4. 이것을 통해서 헤브론의 막벨라 굴과 그 주변 땅과 거기에 심긴 나무들이 모두 아브라함의 소유가 되고, 아브라함은 그 굴에 사라를 매장한다. 이렇게 해서 아브라함은 처음으로 가나안 땅에 자신의 이름으로 된 자신의 땅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주신 약속(가나안 땅에 대한 약속)이 하나씩 성취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군사적인 용어로 표현하면 하나의 교두보를 확보한 것이다. 지금까지 아브라함은 나그네와 같이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며 살았다. 하지만 이제 가나안 땅에 값을 지불하고 땅을 매입함으로 인해 합법적으로 땅을 소유하는 일이 시작된 것이다. 이것은 하나님의 약속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 하나씩 성취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브라함과 사라의 시대가 끝나가고 새로운 바통이 이삭에게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