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한 말씀 : 창세기 24:1~27
1. 창세기 24장은 이삭의 결혼 이야기이다. 인간이 타락한 직후 하나님이 뱀에게 여자의 자손(씨)에 대해서 말씀하셨고, 아브라함에게 주신 약속의 핵심도 자손(씨)과 땅이었다. 우리가 계속 살펴본 것처럼 아브라함의 삶은 하나님이 약속하신대로 어떻게 그 약속을 이루어 가시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사라의 죽음 이후로 이야기의 중심축은 아브라함에게서 이삭에게로 빠르게 전환된다. 오늘은 이삭의 결혼 이야기이다. 하나님이 약속하신 씨가 계속해서 유지되고 확장 되려면 이삭이 결혼을 해서 자녀를 낳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삭의 결혼 문제는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인 이야기인 것이다. 우리는 오늘 이야기를 통해서도 하나님의 일하심과 신실하심을 확인할 수 있다.
2. 어느 날 아브라함은 자신이 가장 신임하는 늙은 종을 불러서 맹세케 한다(아마 엘리에셀일 확률이 높다). 그것은 지금 살고 있는 가나안 땅이 아닌 자신의 고향 땅으로 가서 아들 이삭을 위한 신부감을 찾아서 오라는 것이다. 이것은 늙어가는 아브라함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중요한 그리고 빨리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다. 사실 이 여정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지금 살고 있는 가나안 땅에서 아브라함의 고향 땅으로 가려면 족히 한 달 이상은 걸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살고 있는 가나안 땅이 아닌 자신의 고향 땅에서 이삭을 위한 신부감을 찾으라고 명령하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가나안 족속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브라함은 자신과 동일한 혈통에서 이삭을 위한 신부감을 찾기를 원했다.
3. 그런데 그 종은 아브라함에게 한 가지를 묻는다. 만일 그 신부감이 그 땅을 떠나 가나안 땅으로 오려고 하지 않는다면, 이삭을 그 땅으로 데리고 가야 하느냐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가나안 땅이 아닌 아브라함의 고향 땅으로 이주해서 그곳에서 가정을 꾸리며 사는 것은 가능한 것이냐고 묻는 것이다. 아브라함은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것은 하나님이 지금까지 인도하시고 이끄셨던 것과 대치되는 것이다. 하나님이 자신에게 찾아오셔서 말씀하시고 언약하셔서 고향을 떠나 이곳 가나안 땅까지 왔으며, 이곳에서 하나님의 언약을 붙잡고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이삭이 다시 자신이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그동안 있었던 모든 시간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브라함은 자신의 삶속에서 변함 없이 일하시고 인도하신 하나님을 끝까지 신뢰하며 그 약속 안에 머물러 있기를 원했다.
4. 아브라함의 보냄을 받은 종은 많은 재물(신부값)을 가지고 주인의 고향으로 떠난다. 이 여정은 한 달 이상이 걸리는 매우 긴 여행이었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주인의 고향에 도착해서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도우심을 요청하는 종의 기도가 기록되어 있다. 우리는 이것을 통해서 아브라함이 선택한 늙은 종은 하나님을 경외하고 신뢰하는 사람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늙은 종은 아주 구체적으로 기도한다. 우물에서 만나는 여인에게 물을 달라고 요청할 것인데, 자신에게만 아니라 함께 끌고온 낙타들에게까지 물을 준다면, 그 여인이 하나님이 예비하신 신부감이라고 생각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그 당시 우물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하지만 한두 마리도 아니고 열 마리나 되는 낙타들에게 물을 주는 것은 한 여인이 하기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그 기도가 끝나기도 전에 리브가가 우물에 등장한다. 우리는 이것을 통해서 이미 하나님이 일하시고 계심을 발견할 수 있다.
5. 리브가의 이름이 24장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그녀의 이름이 한 번 등장했다. 22장 끝부분을 보면 갑자기 나홀의 후손들에 대한 기록이 등장한다(거기에 리브가의 이름도 있다). 문맥을 보면 너무 뜬금없이 나홀의 족보에 대해서 언급되어 있기에 당황스럽다. 그런데 24장에 그 이유가 밝혀진다. 이것을 통해서 하나님이 (아브라함의 고백처럼) 앞서 가셔서 선하게 그리고 신실하게 인도하고 계심을 확인할 수 있다. 늙은 종은 그녀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지만 독자는 이미 그녀가 누구인지 눈치를 챌 수 있다. 더불어 이어지는 이야기의 내용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바로 그 늙은 종의 기도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리브가는 늙은 종에게 물을 제공할뿐 아니라 낙타들에게도 물을 제공한다. 늙은 종은 이 여인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본 후에 조심스럽게 그녀가 누구의 자녀이며, 그녀의 집에서 묵을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것을 통해서 그녀의 신분이 확인된다. 그녀는 바로 아브라함의 친족으로 하나님이 예비하신 신부감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