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한 말씀 : 창세기 26:34~27:14
1. 창세기에 나오는 이삭의 이야기는 짧다. 어쩌면 그의 사명은 하나님의 언약을 아버지 아브라함에게서 아들 야곱에게로 전수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 인간을 업적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그가 행한 업적들이 많다고 훌륭한 삶을 살았고, 그렇지 못하다고 훌륭하지 못한 삶을 산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아브라함이나 야곱에 비해 삶의 이야기가 짧다는 말이다. 오늘은 이삭의 노년에 두 아들을 축복하는 이야기이다. 이삭에세는 두 아들이 있었다. 큰 아이들의 이름은 에서이고 작은 아들의 이름은 야곱이다. 그런데 오늘 34~35절을 보니 에서가 두 명의 헷 족속의 여인과 동시에 결혼을 한다. 이것은 가나안 족속과 결혼하지 않는다는 가족의 전통을 깨뜨린 것인데, 다만 가족의 전통만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신앙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이런 에서의 행동을 통해서 에서 안에 하나님을 향한 신앙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이것은 이삭과 리브가의 마음에 큰 근심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이삭은 에서가 장자로서 갖고 있는 특권을 인정한다. 어쩌면 이삭은 에서에게서 발견되는 강인한 남성성이 좋아보였는지도 모른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삭은 야곱보다 에서를 더 좋아했고, 그것이 너무 지나쳐서 에서가 하나님이 약속하신 언약을 이어갈 사람인지 아닌지 조차 분별하지 못한다. 오늘 본문은 그것을 “이삭이 나이가 많아 눈이 어두워 잘 보지 못하더니”라고 표현한다. 이것은 이삭의 신체적인 상황만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나이가 많아 눈이 어두워졌다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 영적인 분별력도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이삭은 어느 날 에서를 불러 그가 사냥해서 잡은 고기를 먹고 그를 축복해 주겠다고 말한다.
3. 리브가는 이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에서가 사냥을 하기 위해 나가자 바로 둘째 아들 야곱을 부른다. 그리고 방금 벌어진 상황을 설명하고 자신이 가진 계략을 아들 야곱에게 설명한다. 핵심은 시력이 약해진 이삭의 약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또한 이삭의 입맛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어머니 리브가의 제안에 야곱은 걱정을 한다. 누구보다 형과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브가는 이삭을 속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아니 그렇게 속여서라도 장자의 축복이 큰 아들 에서가 아니라 작은 아들 야곱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확신하였다. 그렇다면 리브가는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우리가 추측해 볼 수 있는 것은 25장 23절이다. “두 민족이 너의 태 안에 들어 있다. 너의 태 안에서 두 백성이 나뉠 것이다. 한 백서이 다른 백성보다 강할 것이다. 형이 동생을 섬길 것이다.”
4. 리브가는 이런 하나님의 말씀을 마음에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삭은 눈이 어두워서 잘 분별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 쌍둥이를 임신하고 괴로운 상황 가운데 주님에게 직접 물어본 사람이 리브가였기에 이삭보다 리브가가 하나님의 선택과 축복이 장자 에서가 아닌 차자 야곱이라고 확신했을 것이다. 이렇게 이삭의 집안은 둘로 갈라져서 적지 않은 갈등을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축복권의 권한은 어머니 리브가가 아닌 아버지 이삭에게 있었다. 리브가의 입장에서는 지금 이삭의 행동을 멈추게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남편의 약점과 자신의 강점을 이용하여 남편를 속이고, 남편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게 함으로 그 축복이 에서에게서 야곱에게로 바뀌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런 상황들을 살펴보면 에서로부터 시작해서 이삭과 리브가, 야곱 모두 연약한 사람들이다. 에서는 이방 여인과 결혼함으로서 언약의 승계자가 될 수 없으며, 이삭은 영적 분별력을 잃었고, 리브가는 거짓을 도모하고, 야곱은 거부하지 않고 어머니의 조력자가 된다.
5. 성경은 현실적인 책이다.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영웅처럼 환상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언약과 하나님의 약속은 연약하고 부족하기 그지 없는 인간의 삶 속에서 실현되고 이루어진다. 이삭이나 리브가도 그렇고 에서와 야곱도 모두 부적격하다. 이삭은 하나님의 일하심을 분별하지 못하고, 리브가는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방법 면에서 정당하지 못했다. 에서는 언약을 잃어버리고 자신의 정욕대로 헷 족속의 여인 둘을 아내로 맞이했고, 야곱도 형과의 경쟁 관계 안에서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거나 조절하지 못했다. 모두 삶의 현실에서 쉽게 발견되는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언약은 성취되어 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하나님의 섭리라고 부른다. 하나님은 인간의 반응과 행동에 제한을 받지 않으시고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가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