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한 말씀 : 창세기 27:41~28:9
1. 에서의 분노와 슬픔은 동생 야곱에게 향한다. 자신의 장자권과 복까지 야곱이 모두 빼앗아 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에서는 야곱을 죽일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아직 아버지 이삭이 살아 있기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그 일을 실행하겠다는 계획을 마음에 품는다. 어느 날 어머니 리브가가 이런 에서의 계획을 알게 된다. 아마 에서가 분노에 차서 혼자 하는 말을 들었거나, 자신의 가까운 지인에게 그의 계획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을 것이다. 이런 에서의 마음을 확인한 리브가는 급하게 야곱을 불러 상황을 설명한 다음 자신의 오빠 라반의 집으로 잠깐 피신하라고 지시한다. 리브가의 생각엔 이 상황을 잠시만 피해 있으면 금방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2. 더불어 리브가는 남편 이삭에게 갑자기 야곱을 멀리 라반의 집으로 보내는 것에 대해서 다른 핑계거리를 둘러된다. 그것은 에서의 결혼 문제에 대한 것이다. 에서가 이방 여인을 둘이나 아내로 맞이함으로 인해 가족 안에 갈등이 있었고, 그것으로 인해 리브가 뿐만 아니라 이삭의 마음도 많이 상했다. 동일한 일이 야곱에게 생기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동족이자 친족인 라반의 집으로 보내어 아내를 맞이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리브가는 이삭에게 정직하게 말하지 않았을까? 이런 문제점을 가지고 이삭의 가정을 보면 건강한 가정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편애의 문제가 있었고, 조정과 통제의 문제도 있었다. 정직한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비밀과 거짓으로 움직이고 반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3. 리브가는 보이지 않는 조정가 역할을 한다. 야곱을 움직여 이삭을 속임으로 에서의 축복권을 빼앗은 것부터 시작해서, 에서의 계획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야곱을 오빠 라반의 집으로 보내기 위해 이삭을 은밀하게 조정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건강한 모습이 아니다. 이삭의 가정 왜 이렇게 되었는지 구체적인 과정을 우리는 알 수 없기에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이삭과 리브가, 에서와 야곱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모든 것이 절대 건강한 가정 안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것의 결말을 알고 있는 우리는, 그 모든 것을 통해서 하나님의 계획이 성취되어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한 아들을 편애하여 축복권을 얻어내기 위한 시도가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4. 이삭은 리브가의 이야기를 듣고 야곱을 불러 다시 그를 축복하며 당부한다. 당부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가나안 사람들 중에서 아내를 맞이하지 말라는 것이다. 둘째는 같은 동족이나 외삼촌인 라반의 집에 가서 삼촌의 딸들 중에서 아내를 맞이 하라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하나님이 그들 가정에 주신 언약을 이어가는 것이다. 그 언약은 하나님이 주시는 복을 통해 바로 생육하고 번성하여 큰 민족을 이루어 할아버지 아브라함에게 주신 땅을 차지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이삭의 축복기도를 통해서 아브라함과 이삭에게 주신 언약과 복이 이제는 에서가 아닌 야곱에게 흘러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민족을 이루는 것과 땅을 차지하는 약속과 복이 야곱을 통해서 성취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5. 야곱은 이렇게 이삭의 당부와 축복을 받고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떠난다. 이것을 옆에서 지켜본 에서는 아버지 이삭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다시 결혼을 한다. 그 대상은 이스마엘의 딸 마할랏이다. 그렇다면 에서가 처음부터 이런 가정의 전통을 몰랐을까? 그는 장자였다. 그러기에 누구보다 하나님이 그 가정 안에 주신 언약과 약속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헷 족속 여인을 둘이나 아내로 맞이했고, 그런 행동은 이삭을 기쁘게 하지 못했다. 에서는 다시 아버지를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 한 여인을 택하여 또 다른 결혼을 한다.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을 기억해야 한다. 결혼은 부모의 기쁨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6. 무리한 형제간의 경쟁과 편애, 거짓과 비밀이 지배하는 가정,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지 못한 이삭과 뒤에서 조정과 통제를 하고 있는 리브가의 모습을 통해 망가지고 깨어진 가정의 은밀한 속살을 보게 된다. 그러나 그런 가정의 환경과 상황을 뚫고 도도하게 흘러가는 하나님의 언약과 일하심을 보게 된다. 하나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삶 가운데 뜻하신 것을 성취하시기 위해서 움직이시고 일하신다. 이제는 그 이야기가 이삭에게서 자연스럽게 야곱에게로 넘어간다. 이것을 통해 이삭은 무대 뒤로 사라지고, 무대 한 가운데 야곱이 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