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과 목회의 통합
서울신대 신학과를 입학하고 신학생으로 전도사로 그리고 목사로 사역을 하면서 대략 일곱 교회를 섬겼다. 아주 작은 교회도 있었지만, 교단에서 나름 큰 교회에서도 사역을 해 봤고, 40대의 젊은 담목부터 시작해서 60이 훌쩍 넘으시고 교단에서 나름 정치를 열심히 하시는 분도 담목으로 모시고 사역을 해 봤다. 그러고 보니 참 다양한 교회를 경험해 봤다. 전도사 땐 담목과 장로가 싸워서 주일 예배를 따로 드리는 교회에서도 사역을 해 봤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아들에게 세습을 한 교회에서도 사역을 해 봤으며, 큰 교회 담목으로 가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하고 작은 교회 담목을 하면서 늘 불평을 늘어놓는 분을 담목으로 모셔도 봤다.
그러면서 늘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었다. “신학 공부는 왜 하는거지?” 목사 안수를 받으려면 그 과정을 거쳐야 하니까 하는건가? 왜냐하면 목회 현장에서 늘 경험하는 것은 신학과 목회가 물과 기름처럼 따로 놓았기 때문이다. 신학과 목회가 건강하게 통합된 분들을 보기가 너무 어려웠다. 이것은 뭐 설교를 잘해야 한다거나, 학위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자신의 목회와 설교와 사역들을 신학적인 틀을 가지고 통합하는 분이 거의 없었다는 말이다. 목회를 잘 하시는 분들을 보면 신학보다는 경영학이나 조직 운영에 관심이 많았고, 신학을 좀 공부하신 분들은 목회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냥 목사직을 위해서 목회를 하시는 분들이었다.
그러다보니 목회와 신학이 통합되는 것을 볼 수 없었다. 신학은 신학이고, 목회는 목회였다. 신학을 가지고 목회에 대해선 말하는 것도 싫어했고, 그런 고집을 보이면 목회를 잘 모르는 사람으로 취급을 했다. 그것이 조금 더 나아가면 독특한 놈으로 찍힐 수도 있었다. 그냥 목회 현장에서는 신학은 중요하지 않았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혹은 ‘꿩 잡는게 매’라는 식의 사고만 존재했다. 어떻게 해서든 많이 모이게 하면 되고, 무슨 은혜인지 모르지만 은혜만 끼치면 되었다. 설교는 더욱 그러했다. 학교에서 배운 신학이나 기본적인 성경연구의 원칙 보다는 성도들 귀에 듣기에 좋은 말을 하는 것이 최고였다. 나는 그럴 때 마다 늘 질문이 되었다. “신학 공부는 왜 하는건지?”
근데 더 화가 나는 것은 그런 목사들이 현장에서는 (소위) 잘 팔렸다. 누구의 눈에 잘 보이고, 어느 라인을 타고, 어느 교회에서 어떤 사역을 하느냐가, 신학 공부보다 더 중요했고 미래를 더 잘 보장해 주었다. 까칠하게 성경을 가지고 따지고, 신학적인 방향성을 이야기 하면 안 된다. 그런 것은 그냥 신학대학 교실에서만 하는 것이고, 학위를 위해서만 하는 것이다. 책에서 배운 것, 신학대학에서 배운 것을, 교회의 현장으로 가지고 오면 절대 안 되었다. 그러면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그럼 목회와 신학은 통합될 수 없는 것인가? 아직도 그 질문을 가지고 여행 중이고, 아직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개인적으론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교회를 개척하고 하나님 나라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목회와 신학이 통합되는 작은 경험을 한 것이다. 하나님 나라는 성경을 보는 틀을 제공할뿐 아니라, 교회가 무엇인지, 어떻게 목회를 해야 하는지를 정리해 주는 가장 중요한 뼈대이다. 초등학교 때 철사로 만들고자 하는 모형의 뼈대를 만들고 거기에 찰흙을 붙이면 붙일수록 그 모습이 잡혀가는 것처럼, 하나님 나라는 나에게 그러했다. 파편처럼 흩어졌던 많은 성경의 가르침과 신학적 개념들이 하나님 나라를 중심으로 형태와 모양이 잡혀가고 있다.
참 신기하고 놀랍다. 하나님 나라를 공부하면 할수록 방향이 잡히고, 큰 그림이 그려진다. 교회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신앙생활은 무엇인지, 그런 역학관계 안에서 목사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설교해야 하는지를 하나님 나라를 공부하면 할수록, 그 뼈대에 그동안 배운 것들을 다시 붙이면 붙일수록 모양이 잡혀간다. 요즘은 스스로 깜짝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아~ 이렇게 십 년만 하면 목회와 신학이 건강하게 통합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겠는데!”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겨우 겨우 방향만 잡았을 뿐이다. 이젠 그 방향으로 계속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걸어가면 갈수록 더 많은 것들이 보이고 정리가 될 것이다. 아직 넘어야할 산도 많고, 신학적 정립과 목회적으로 적용해야 할 과제들도 많이 있지만, 신학과 목회가 이렇게 통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