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이 아니라 실패를 말한다 (1)

***최근에 교단에서 작은 교회 성공 수기를 모집하는 것을 보았다. 그 글을 보면서 갑자기 성공 수기가 아니라 실패 수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이렇게 저렇게 성공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많으니, 진짜 성공의 방법은 그 사람들에게 배우면 된다. 나는 그냥 성공 대신 실패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하긴 성공한 것이 별로 없으니 성공에 대해서 말할 것이 별로 없다. 실패는 지난 7년 동안 엄청했다. ***
7월 말이 되면 지금 예배 드리는 공간에서 나와야 한다. 작년 11월에 이곳으로 옮겨 왔는데 다시 또 새로운 장소를 찾아 옮겨가야 한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노마드의 삶은 그냥 제 3가 보기에 멋있지만 당사자들은 피곤하다. 아! 정말 이젠 어디에 정착하고 자리를 잡아야겠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ㅎㅎ
그래도 감사한 것은, 창고도 있고, 20여명이 좁긴 하지만 함께 모여서 예배도 드릴 수 있었고, 맛있는 점심식사도 나눌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 누구의 표현대로 “앞을 보면 가시밭인데, 뒤를 돌아보면 꽃밭이다.” 너무 멋진 말이다. 인간의 관점으로 미래를 보면 답답하지만, 하나님은 하루 하루 그 길을 걷게 하셨고, 걸어온 그 길을 돌아보니 꽃길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인간적으론 참 위태 위태하게 걸어왔다. 건물 중심의 목회에서 벗어나, 목사로서 가질 수 있는 특권들을 내려놓고, 목사로 사람들을 조정과 통제 하지 않고, 진짜 단순한 관계 중심의 가정교회를 세우고 싶었다. 그것이 나름 다음 세대에 건강한 교회를 물려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실험을 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그 실험은 실패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나에게 있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변화되지 못했고, 준비되어 있지 못했다. 처음에는 ‘저들’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올 때는 참 멋있는 말로 왔다가 배신하고 떠나간 ‘저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돌이켜 보니 누구보다 가장 큰 문제는 나였다.
가장 큰 문제는 내가 그런 가정교회에서 성장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나는 전통 교회에서 자랐고, 전통 신학과 전통 목회의 틀 안에서만 살아왔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책 몇 십 권을 읽었다고, 가정교회 사례 연구를 좀 했다고, 갑자기 모든 패러다임이나 가치관이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나는 바뀌었다고 착각했다). 그런데 막상 개척을 해 보니 달라진 것이 거의 없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이론적으론 건물이 없어도 괜찮다고 했지만, 실상은 건물 없는 신앙생활을 해 본적이 없었다. 목사로서의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했지만, 그런 목사를 거의 만나본 적이 없었다. 관계 중심의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고 했지만, 프로그램을 돌리고 조직을 관리하는 목사로만 사역을 했었다. 그냥 깊은 무의식은 철저하게 전통적인 교회 시스템에 적응되어 있었다. 그러면서 의식에서는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 신기루 교회를 만들어 놓고 그곳에 도달하려고 열심히 달렸던 것이다.
그러니 여기 저기에서 계속해서 문제가 터졌고, 갈등의 연속이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열매를 맺을 수 없었다. 오히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이상한 열매들만 맺혔고, 이렇게 하지도 저렇게 하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서 많은 시간들을 보냈다. 그렇다! 최종적인 결론은 나의 문제였다(최근에 ‘개는 훌륭하다’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확실해졌다. 결국 개가 문제가 아니라 그 개의 주인들이 문제였다. 마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가 아니라 ‘우리 엄마가 달라졌어요’인 것처럼!).
그런 면에서 안타까운 것은 교회 개척이나 갱신에 대한 말들을 들어보면, 거의 조직이나 프로그램, 방법, 건물, 돈에 대한 것이다. 특히 교회 개척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건물과 돈에 대해서만 논의한다. 하지만 정작 사람(개척자)이 제일 중요한데, 사람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은 거의 없는 듯 하다. 언제나 제일 중요한 사람은 하늘에서 뚝 떨어질 것처럼 말한다. 그러면서 그 사람에게는 거의 투자를 하지 않는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땅이나 건물은 돈만 있으면 되고, 좋은 프로그램들은 한국 교회 안에 넘쳐난다. 하지만 정말 사람은 없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정신과 신학과 교회론을 가진 사람을 만들기 위해 투자하는 곳은 너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