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지방회 임원을 하다보니 이 부분이 늘 힘들다. 어떤 구조나 제도의 문제를 넘어 아예 공동체가 무엇인지 경험해 본적도 없고, 신학적으로도 알지도 못하는 목사들이 교단이라는 이름으로 모였으니 비벼도 비벼도 섞이지 않는 비빔밥과 같다. 함께 어울려 맛을 내야 하는데, 각자 날 것의 맛은 나지 잘 조화되지가 않는다. 그냥 정직하게 아예(거의) 공동체성이 없다고 인정해야 한다. 조직이나 제도를 교회라고 착각하거나, 그것을 유지 보수하는 것이 교회를 세우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방법은 하나다. 다시 처음부터 “교회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야 하고, 그것을 몸으로 살아내기 위해 몸부림을 쳐야 한다. 골수까지 침투한 조직으로서의 교회관을 뽑아내야 하며, 새로운 골수를 계속해서 이식해야 한다. 가장 최고의 방법은 진짜 공동체를 만나서, 그 안에서 진짜 사랑하고 섬김으로 진정한 공동체를 맛보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 목사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신학적으로 잘 정리해 놓은 교회론 책이 아니라 진짜 공동체를 경험하는 것이다.
이것은 요리를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들이 요리를 잘하는 이유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하나의 공통분모를 찾아낸다면, 그들의 어머니가 요리를 잘 했고 어릴 때부터 맛있는 음식을 먹어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진짜를 맛본 사람은 그 진짜의 맛을 기억해 낸다. 실패할 수 있지만 더듬어서 그 맛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된다. 공동체도 마찬가지이다. 진짜 공동체를 맛본 사람이 진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쩍’, ‘쩍’거리는 어떤 신학적 이론이 아니라 “이것이 교회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공동체가 필요하다. 2021년 새해를 시작하며 나는 다시 공동체로서의 교회를 세우기 위해 몸부림을 쳐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옛날에 맛보았던 그 맛을 다시 기억하며, 없어진 그 맛을 아쉬워하지 않고, 다시 그 맛을 찾아내기 위해 도전하는 2021년이 되자. 공동체로서의 교회 회복! 그것이 나의 마지막 미션(mission)이 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