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 ‘소명’의 진정성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
소명의 진정성에 대해서 다루기 전에 먼저 회심의 문제를 잠깐 살펴보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좁게) 한국교회에서 회심은 매우 개인적이며 내적인 것으로 가르쳤고 그렇게 다루어져 왔습니다. 예! 맞습니다. 회심 자체는 매우 개인적이며 내면적인 경험이자 은혜의 선물입니다.
하지만 회심을 통해 주님의 몸 안으로 들어간다는 차원에서 회심은 개인적인 것이면서 동시에 공동체적인 관계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개인의 회심을 확인하고 점검하기 위해선 사회적인(공동체적인) 관계 안에서 드러나는 열매(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삭개오가 주님을 만난 이후로 자신의 재산 절반을 가난한 자들에게 주겠으며, 강제로 빼앗은 것이 있다면 네 배로 갚겠다는 고백입니다(눅 19:8).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여러 가지 의견들이 존재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내면의 회심이 물질의 회심을 동반했다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그동안 한국교회는 목회자로서의 소명(부르심)도 개인의 체험이나 경험에 무게 중심을 두었습니다. 물론 주관적인 경험이나 확신을 객관적인 잣대로 측정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내가 들었어!”, “내가 경험했어”, “하나님이 나를 부르셨어!” 라고 주장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확인하는 방법이나 과정이 전혀 없는 것일까요? 교회 역사를 보면 한 개인의 소명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교회의 공동체를 강조하였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회심과 비슷합니다. 한 개인의 회심이 공동체 안에서 관계를 통해서 확인되고 점검되어야 하는 것처럼, 소명도 공동체 안에서 확인되어야 합니다.
오늘날의 문제는 한 개인이 소명을 확신한 이후 곧바로 목회자 양성 과정으로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학대학(원)에 입학하는 것이 하나의 소명을 확인하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신학대학(대학원)은 목회자를 양성하는 곳이긴 하지만 그곳에 입학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소명 받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잣대는 아닙니다. 한 개인의 객관적인 소명은 교회 공동체가 확인하고 점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회심 이후에 짧게는 1년 이상의 점검 기간을 두고 그의 회심을 확인한 후에 세례를 주어야 하며, 더불어 소명도 그 이상의 시간을 통해서 교회 공동체 안에서 확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공동체가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요? 당연히 그가 정말 회심한 열매를 보이고 있는지, 또한 공동체 안에서 여러 섬김을 통해서 그가 정말 목회자로 부름을 받았는지에 대한 확인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울을 예로 들면, 사도행전 9장을 보면 사울은 분명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회심을 경험합니다. 그런데 그 바울의 회심은 독특하게 소명도 같이 동반이 됩니다. 어쩌면 사도행전 9장은 그의 회심보다는 소명에 더 강조점을 두고 있는듯 보입니다. 아나니아의 안수기도후 시력이 회복된 사울은 곧바로 세례를 받고 다마스쿠스의 여러 회당에서 자신이 핍박한 예수를 담대하게 증거하기 시작합니다.
이 부분은 갈라디아서 1장 13절 이하에 더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사울은 회심한 후에 아라비아로 갔고(자꾸 아라바아로 간 것을 사막과 같은 곳에서 사역을 위해서 도 닦은 것처럼 가르치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아라비아는 나바태아 왕국을 말하고, 그곳에 간 이유는 복음을 전하기 위해 갔습니다) 다마스쿠스로 다시 올라와서 계속 복음을 전하였습니다.
다시 사도행전을 보면 그 다음 예루살렘으로 가서 사도들과 교제를 갖고(거기서도 복음을 전하다가 핍박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다소로 가서 사역을 계속하게 됩니다(행 9:26~30). 그 후에 바나바와 함께 다소에서 안디옥으로 가서 그 유명한 안디옥 교회를 섬기게 됩니다(행 11:19~26). 이어서 13장 1절을 보면 안디옥 교회의 리더십 명단이 나오는데, 거기에 바울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으며, 2절을 보면 드디어 이방선교를 위한 사도로 성령과 교회의 파송을 받게 됩니다.
물론 이런 과정들을 오늘날과 같은 목회자 양성에 똑같이 연결 시킨다는 것은 여러 가지 한계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회심을 경험하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통해 부르심을 받았지만, 철저하게 공동체 안에서 확인이 되었고 점검이 되었으며, 사역의 열매들이 있었다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복음전도자(행 9, 11장)에서 교사(행 13장)로 교회를 세우는 사역을 감당하면서 확인과 검증을 받았고, 결국 이방 선교를 위한 사도로 파송을 받게 되었다는 것입니다(참조 엡 4:11 ‘사도’, ‘예언자’, ‘복음 전도자’, ‘목사와 교사’).
사도행전을 그냥 읽으면 이 기간이 짧은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리 짧게 잡아도 10년 이상의 시간을 거쳐야 했습니다. 저는 이런 시간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 시간을 통해서 하나님 앞에서 다루어지는 시간들, 다듬어지는 시간을 보냈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J. 로버트 클린턴의 책들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특히 ‘영적 지도자 만들기’라는 책은 정독해 보시길 강력하게 추천해 드립니다(관련 링크를 하단에 남겨 놓겠습니다).
원래는 짧게 적으려고 했는데 길어졌네요. 결론을 간단히 정리하면, 회심이든 부르심이든 철저하게 공동체 안에서 점검되고 확인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단지 사역의 열매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성품과 관계 안에서 그럴만한 자격과 삶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가를 확인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이 신학대학에 추천이 되고 소정이 과정을 거쳐서 목회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늘날은 그런 과정들을 찾아보기가 어렵네요.
<로버트 클린턴의 책 확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