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진 삶을 나눌 수 있는 안전망
유명 사역자의 넘어짐은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긴다. 그러나 그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더 가슴이 아픈 것은, 왜 우리 안에 그런 아픔과 무너짐, 고통을 나눌 수 있는 안전망(관계)이 없느냐는 것이다.
물론 한 번에 넘어지는 리더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서서히, 조금씩 무너지게 된다. 그럴 때 그 무너진 마음, 깨어진 상태를 누군가와 나눌 수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커다란 스캔들로 회자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한국 사회에서 리더는 유독 고독하다. 탁월한 리더일수록 더욱 그렇다. 많은 팔로워들은 그를 범접할 수 없는 인물로 설정해 놓고 가까이 가지 못한다. 리더도 자신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못한다.
리더도 인간이다. 실수할 수 있고, 넘어질 수 있고, 흔들릴 수 있다. 그럴 때 자신의 자리에서 내려와서 그런 깨어지고 흔들리는 마음과 삶을 누군가와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슬프게도 한국 사회나 교회 공동체 안에선 그런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 안전망 자체가 전무할뿐 아니라 그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조차 많지 않다.
사역의 현장에서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리더들은 쉽게 지치고 탈진하게 된다. 감정의 오물들이 금방 쌓여서 그때 그때 처리하지 않으면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상황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더욱이 역기능 가정에서 자란 리더들이 많기 때문에(한국 가정의 80%가 역기능 가정이라는 주장도 있다), 건강하게 해결하고 풀어가는 것이 무엇인지 배우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런 사람들이 유명하지고, 어느 정도의 자리에 올라가게 되면, 조직과 공동체, 팔로워들의 요구와 기대치가 있기 때문에 자신의 연약함과 깨어짐을 오픈하고 나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리더에겐 자신의 아픔과 연약함을 정직하게 나누고 함께 아파하고, 함께 울고, 함께 붙잡아 줄 수 있는 영혼의 친구가 필요하다. 사역의 화려함 뒤에 감추어져 있는 삶의 고통과 무너짐을 정직하게 나눌 수 있는 친밀한 관계와 안전망이 절실히 필요하다.